시인 김남열의 접시꽃
접시꽃
하운 김남열
아침을 지나 저녁이 되니
내 삶의 하루도 꽃처럼 진다
육신이 세상의 놀이마당에서 살다
영혼의 나라로 갈 때까지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리
살날들은 길지가 않다
아침에 거울 속을 보면
흰 머리칼이 늘어나듯
우리 몸의 생기生氣도
조금씩 몸을 빠져 나가 쇄진해 간다
심장이 멈추면 육신의 생명도 멈 추 둣
심장이 뛰는 것은 살아있음의 증명
접시가 깨어지면
접시로써의 가치가 없어지듯
우리의 육신도 둥그런 마음 없으면
깨어진 접시와 같은 것
우리의 삶이 천세를 누릴 수 없다면
애초에 둥글둥글 꽃처럼 피어난 마음처럼
처음에는 수컷으로만 피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암술을 내밀고
다른 수꽃의 꽃가루를 받아들이는
비우며 보듬는 자애로운 꽃의 마음처럼
깨어져 모나지 않은 마음으로 살다 가는 것도
세상이란 놀이판에서 신나게 살다 가는 것
*접시꽃
잎은 심장 모양을 하고 꽃은 둥글고 넓은 접시 모양이다.
댓글
댓글 쓰기